성공이 만든 리더의 위기와 성장의 심리학 - 1. 조직에서 이순신은 사라져야만 하는가?

⚔ 성장의 순간, 리더는 시험대에 오른다

언젠가 은퇴하는 시점에,
지금까지의 경험을 담은 한 권의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처음엔 기술과 트렌드의 이야기였다.
AI, 데이터, 보안, 그리고 디지털 전환.
그게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라 믿었다.

하지만 연차가 쌓일수록,
내 시선은 점점 **‘사람’과 ‘조직’**으로 옮겨갔다.
기술보다 더 어려운 건 결국 리더십과 성장의 균형이었다.

이직과 조직 이동을 반복하며
나는 공통된 패턴 하나를 보게 되었다.

“모든 조직은 성장의 순간에 스스로를 시험한다.”

성과가 나기 시작할 때,
팀은 오히려 흔들리기 시작한다.

한때 한 방향으로 뛰던 사람들의 시선이
어느새 서로를 의식하기 시작한다.
성과가 쌓일수록 사람은 달라지고,
숫자가 올라갈수록 신뢰는 조금씩 줄어든다.

그 순간,
조직에는 ‘이순신’보다 ‘원균’과 ‘선조’가 늘어난다.
위기가 아니라, 성공이 만들어낸 변화다.

성공은 언제나 조직을 성장시키지만,
동시에 그 조직의 본질을 시험한다.
진짜 리더는 그 시험대 위에서 조용히 중심을 잡는 사람이다.




⚖️ 성장과 정치

성공의 기준과 성취의 만족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래서 세 명 이상이 모이면,
그 안에는 반드시 정치가 생긴다.

“정치는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방향은 선택할 수 있다.”

문제는 정치의 존재가 아니라,
그 정치가 어디를 향하고 있느냐이다.
누군가를 끌어내리는 정치가 아니라,
조직을 더 멀리 밀어 올리는 정치라면
그건 이미 ‘전략’이고, ‘지혜’다.

정치는 사라질 수 없다.
그렇다면 그것을 두려워하기보다,
조직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구조로 설계해야 한다.

조직이 파이를 키워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순신도, 원균도, 선조도 —
그리고 이름 없는 병사들까지 —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건강한 정치이며,
지속 가능한 성장의 조건이다.

정치가 감정이 아니라 공정한 역할 분배의 언어가 될 때,
조직은 단단해진다.
누가 이기느냐보다,
모두가 안전하게 존중받는 환경 속에서
함께 성장하는 것.

그것이 진짜 강한 조직이다.


1️⃣ 원균 — 성과에 취한 사람들

원균은 이순신보다 먼저 앞서가고 싶었다.
그는 조급했고, 늘 비교했고,
인정받지 못한 것에 분노했다.

결국 그 욕심이 판단을 망쳤고,
조직 전체를 위험에 빠뜨렸다.

요즘 조직에도 그런 원균이 있다.
회의에선 자신이 제일 앞서야 하고,
프로젝트의 공은 반드시 자신의 이름으로 남아야 한다.
“팀의 성공”보다 “내가 돋보이는 자리”를 선택한다.

그들은 빠르다.
하지만 방향을 잃은 속도는 결국 파국으로 향한다.


2️⃣ 선조 — 불안한 리더의 초상

선조는 이순신을 의심했다.
그의 불안은 신뢰를 삼켰고,
그 불신은 결국 국가 전체를 흔들었다.

리더가 흔들리면 조직은 공포로 움직인다.
의사결정은 늦어지고,
보고서는 늘어나며,
사람들은 말보다 눈치를 먼저 본다.

나는 이런 리더를 자주 봤다.
잘하고 싶은데, 자신이 믿는 기준이 없다.
그래서 모든 걸 확인하고,
모든 걸 통제하려 한다.

그 결과,
조직은 성장하지만 사람은 줄어든다.


3️⃣ 성장 속의 위기 — 눈에 보이지 않는 균열

조직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서로를 비교하기 시작한다.
비교의 대상은 급여나 직급이 아니라, 존중과 영향력이다.
누가 더 중요한 회의에 불렸는가,
누가 더 많이 보고하고, 누가 더 적게 혼나는가.

성과는 점차 협업이 아닌 경쟁의 언어로 바뀐다.
“우리 팀이 잘했다”는 말보다
“내가 했다”는 증거를 남기려 한다.
보고서는 길어지고, 이메일은 증거가 된다.

협업은 ‘공동 목표’가 아니라,
서로의 이해를 맞추는 이익 조율이 된다.
“이건 제 업무가 아닙니다.”
“그건 저희 팀 범위가 아닙니다.”
이 말들이 점점 더 자주 등장한다.

성과는 분명히 모두의 노력으로 만들어졌지만,
공은 언제나 누군가의 이름으로만 올라간다.
그 순간, 조직의 균열은 시작된다.

리더는 불안을 느낀다.
성과를 지키기 위해 통제를 강화하고,
회의는 늘어나며, 보고서는 더 세밀해진다.
하지만 통제가 강해질수록
조직의 자율과 신뢰는 더 빠르게 빠져나간다.

구성원은 점점 말을 아낀다.
처음엔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
이후엔 ‘괜히 책임을 떠안지 않기 위해서’.
열정은 조심스러움으로,
조심스러움은 결국 방어적인 침묵으로 바뀐다.

조직은 외형상 잘 돌아간다.
성과도, 수치도, 발표도 좋아진다.
그러나 그 안에서
‘함께 일하는 기쁨’은 사라지고,
사람들의 눈빛엔 신뢰 대신 경계심이 남는다.

이 시점에서 위기는 이미 시작된 것이다.
눈에 보이는 건 성과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건 관계다.
조직은 성과로 성장하지만,
관계로 무너진다.


4️⃣ 이순신형 리더의 부재

이순신은 늘 중심에 있었다.
폭풍이 몰아쳐도,
명령이 부당해도,
그는 감정이 아니라 원칙으로 버텼다.

그런 리더는 말이 적다.
눈으로 판단하고, 필요할 때는 홀로 싸운다.
그런 사람이 조직에 많을수록,
성장은 위기가 아니라 내면의 성숙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현실의 조직에서,
이순신형 리더는 늘 불편한 존재로 남는다.
크고 작은 기업과 조직을 거치며 지켜본 결과,
그들은 작은 실수 하나에도 관용을 받지 못하고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조직에서 사라진다.

그들은 자기주장을 앞세우지 않지만,
그들의 존재는 조직의 균형을 잡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떠난 후에야 사람들은 깨닫는다.

“그가 있었기에, 조직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

그들의 이름은 보고서나 성과표에는 남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엔 오래 남는다.
그들이 남긴 건 숫자가 아니라 기억과 기준이다.

시간이 지나면,
조직은 수많은 인재를 잊는다.
하지만 진짜 리더의 흔적은
역사가 대신 기억한다.


🧭 결론 — 성장의 순간, 진짜 위기는 안에서 온다

조직의 위기는 숫자로 오지 않는다.
그건 사람의 마음이 달라질 때 시작된다.

욕심이 시기로 바뀌고,
불안이 통제로 바뀌고,
성과가 권력이 되는 순간.

그때 이순신이 없다면,
그 조직은 이미 위기를 맞은 것이다.

나는 종종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우리 조직에는 이순신이 몇 명이나 있을까?”
“아니, 나는 지금 이순신인가, 원균인가, 선조인가?”

조직은 사람으로 움직이고,
사람은 마음으로 흔들린다.
그래서 리더십은 기술이 아니라 기질의 문제다.

성장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성장 속의 위기를 다스리는 건,
끝까지 중심을 잃지 않는 사람뿐이다.




Comments

Popular posts from this blog

[MaritimeCyberTrend] Relationship and prospects between U.S. Chinese maritime operations and maritime cybersecurity

Examining the Reality of Cyber Incidents and the Shortfalls in Compliance Frameworks

Comprehensive List of Shipboard Systems in Commercial Vessels